바람부는 날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를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