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바람부는 날

현대문화 2005. 11. 9. 18:56
 

        바람부는 날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를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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