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배우며★

[스크랩] 빈배

현대문화 2005. 11. 1. 12:46

 

 

남을 지배하는 자는 그 삶이 복잡하고

남에게 지배를 받는 자는 그 삶이 슬프다.

그러므로 옛 성인은 남을 지배하거나

남에게서 지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복잡함에서 벗어나 단순함을 얻고

슬픔에서 자유를 얻는 길은

도와 함께 사는 일이다.

비어 있는 크나큰 무(無)의 나라에서.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격이 나쁜 자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더욱더 큰 소리를 지르면서 저주를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빈 배라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가는 그대 자신의 배를

그대가 비울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해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곧은 나무는 맨 먼저 잘려진다.

맑은 샘물은 맨 먼저 길어져 바닥이 드러난다.

만일 그대가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고 무지를 부끄러워한다면,

만일 그대가 자신의 특성을 키우고 남보다 빛나기를 바란다면

찬란한 빛이 그대 둘레를 에워쌀 것이다.

마치 그대가 태양과 달을 삼킨 것처럼.

그렇게 되면 그대는 재난을 피할 길이 없다.

 

현자는 말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이는 쓸모없는 일을 한다.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잃음의 시작이요

이름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름을 잃음의 시작이다.'

구함과 이름얻음으로부터 해방된 자, 그는 누구인가?

사람의 무리 속으로 내려와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는 자,

그는 누구인가?

그는 도와 함께 흘러 다닌다, 드러남이 없이.

그는 삶 자체가 되어 돌아다닌다. 집도 없이 이름도 없이.

차별도 구별도 없이 그는 언제나 소박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는 늘 어리석고,

그의 발걸음은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다.

무엇을 이룸도 없고, 명성도 없다.

또 그는 누구를 판단함이 없어서

아무도 그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가 바로 완전한 사람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

 

- 장자



 
출처 : Episode |글쓴이 : 삶의 片鱗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