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배우며★

[스크랩] 마음의 병을 고쳐라

현대문화 2005. 11. 1. 12:47

   내 마음의 병은 바로 이치를 살핌이 투철하지 못해 쓸데없는 고집으로 무리하게 탐구하여,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괴롭히고 정력을 극도로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학문을 처음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병이다.

  이러한 것을 알고 미리 고칠 수 있었더라면 다시는 근심될리 없겠지만, 일찍 알아서 빨리 고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 병이 드디어 생기게 된 것이다. 가 겪은 평생 동안의 모든 병의 근원도 다 여기에 있었다. 지금은 마음의 병이 전날 같지는 않지만, 다른 병이 이미 심하여졌으니 나이 탓일까.  

   당신과 같은 젊은이야 기력이 왕성하니, 그 시초에 급히 고치고 섭생과 요양을 절도 있게 한다면 어찌 계속 괴로울 까닭이 있겠으며, 또 무슨 다른 증세가 생길 리 있겠는가?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제일 먼저 세상의 모든 욕심을 생각밖에 두어, 마음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이 마음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면, 병은 이미 5내지 7할 정도는 나은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일상생활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적게 하고, 취미와 욕망을 절제하고, 마음을 비워 편안하고 유쾌히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며, 독서와 화초 기르기, 등산이나 물고기 기르기의 즐거움 같은, 진실로 항상 부드럽고 따뜻한, 성내고 원한 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긴요한 치료법이다.   

  책을 읽어도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는 읽지 말 것이며, 몸이 아플 때는 절대로 많이 읽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마음 내키는 데 따라 그 뜻을 음미하며 즐기고, 이치를 궁리함에는 모름지기 일상생활의 쉽고 명백한 곳에서 간파하고 숙달시켜야 할 것이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그것을 음미하고, 너무 집착하는 것도 아니요 집착하지 않는 것도 아닌 사이에 마음을 두고 꾸준히 공을 쌓으면, 저절로 이해되어 깨달음이 있게 될 것이다. 너무 집착하거나 마음을 얽매여 무조건 빠른 효과를 거두려 해서는 안 된다.

 

                                                                                              - 이황


 
출처 : Episode |글쓴이 : 삶의 片鱗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