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기도
이대근
나의 시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떠올린
첫 우물물이게 하소서
나의 시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편의 시를 쓰게 하시되
그 시가 나의 살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시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시는 침묵임을 아오니
시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멀 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