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시인의 기도

현대문화 2005. 11. 12. 20:09
 

     시인의 기도


                                  이대근



나의 시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떠올린

첫 우물물이게 하소서


나의 시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편의 시를 쓰게 하시되

그 시가 나의 살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시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시는 침묵임을 아오니

시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멀 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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