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현대문화 2005. 11. 17. 18:14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장석남


 

저 새로 난 꽃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 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세 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도 지나서 저

화엄사 저녁 종 지나

미소는,

저토록 새파란 수레 위를 앉아서


나와 그녀 사이 또는

나와 나 사이

미소는,

돌을 만나면 돌에 스며서

과꽃을 만나며 과꽃의 일과로

계절을 만나면 계절을 쪼개서

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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