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內面에서

현대문화 2005. 11. 17. 18:16

                      內面으로


                                                        장석남

 

 

요즘은 무슨 출판 모임 같은 델 가도 엄숙하다

떠드는 사람 하나 없고 콧노래 하나가 없다

밤 지새는, 뭐 그렇게라도 치열해보자는 이 없다

전부 뭔가 내면으로 주판알을 굴리듯이

예술을 하듯이

神을 보듯이 멀뚱거리다가

총총히들 內面으로

內面으로 사라져 간다


약한 정권 탓인가 명상책이 잘 팔리고

다음 정권에 대비하고

어색스런 웃음을 웃다간 또

웃음 속으로 사라진다

나도 그 웃음 속에

몇 겹의 웃음을 섞고

가장 나중 샘솟는 새 웃음을 데리고 자리를 뜬다


어두운 고궁 모퉁이 꺾인 돌담이라도 같이 하다 보면

쓴물이 올라오듯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내달려 오는 것인데

남에게 보이기 아까운 연애가 진리라는 선배들의 호탕을

의심해보는 것이다

담 안의 어둠 속 일들이 궁금하고 궁금한 것이다


둥글게 둥글게 살자는 명상도 옳긴 하지만 내 시를 보고

너무 이른 나이에 둥그렇게 되었다는 말도 옳아서

밤새도록 이 꺾인 고궁의 돌담 아래 앉아 있어 보는 것이다


內面은 다시 조그만 풍경을 하나 피워 올린다

돌담 모퉁이를 돌아 길의 얼굴 하나

내 발바닥 밑으로 발걸음을 데리러 온다


영원히 새로운 풍경이 날 자유케 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