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평★

잊을 수 없는 너

현대문화 2005. 11. 1. 18:06

 

 

 

 네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내 심장도, 네 심장도 함께 멈췄으면 좋겠다고 갈망하지만 내가 죽고 네가 사는 운명을 선택한다.숱한 번뇌와 방황 속에서 내가 죽고 네가 살아야 하는 그만의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마침내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죽음의 골짜기로 뛰어든다.그렇게 함으로써 꽃잎 같은 그녀의 영원한, 슬픈 애인이 된다.삶 속에서 사랑의 마법을 찾아내는 일, 그것은 또 하나의 발견이자 고통이었다.아무래도 그는 천 년쯤 일찍 태어났어야 했다.아니 어쩌면 천 년쯤 뒤에 태어났어야 했는지 모른다. <제 2권>

                                    

                                         ●  작품 요약

 

네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내 심장도 딱! 멈췄으면 좋겠다.


라이브카페를 열광과 환희 속으로 혹은 심연 같은 침묵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맹인가수는 슬픔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가 맹인가수가 된 이유는 사랑하는 한 여인에게 있었다.

그는 여인을 대신해 살인누명을 쓰고 7년 형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형기를 마치고 출옥했을 때 이미 여인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극도의 상실감으로 방황한다. 그런 방황과 번민 속에서, 자동차사고로 사랑했던 여자가 시력을 잃게 되자 비록 남의 아내일망정 자신의 망막을 기증할 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도 주고 만다.

기구한 운명이지만 자신의 천운으로 받아들이며 영상편지를 남긴다.

“수없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친구의 이름이지만 내가 가슴에 가지고 떠나는 그 이름이 그대였음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는 것이 내가 살아온 삶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그대가   훗날까지 오랫동안 기억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사랑은 떠나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추억과 함께 영원히 기억될 뿐이다.

 

                                              ●  책 속으로


혜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내 몸보다 상대방을 먼저 위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사랑은 내 모든 것을 주어도 항상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다 주지 못한 사랑이 있어 나를 이렇게 안타깝게 하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혜진…….

언젠가 때가 되어 저 높은 하늘에서 재회하면 네가 없는 세상에서 내 그리움이 만든 수많은 얘깃거리, 행복하게 경청해줄 수 있는 친구이기를 또한 믿으며, 오랜 세월 속에서 내가 잊히기도 하겠지만 내 기억 속의 혜진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꼭 나를 찾아와줄 것을 믿는다.

하지만 먼저 떠난 나를 부디 잊고 조금만 늦게, 아니 얼마든지 늦어도 상관없으니 마음껏 늦게 재회하기를 진실로 바란다.

혜진…….

수없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친구의 이름이지만 내가 가슴에 가지고 떠나는 그 이름이 그대였음에 일말의 후회도 없다는 것이 내가 살아온 삶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그대가 먼 훗날까지 오랫동안 기억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재희가.

 

 

    휴가를 <잊을 수 없는 너>와 함께 보내며

                                                                                                              수선화

                                                                                                                                                                          

 휴가를 책과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잠시 서점에 들렀다가 <잊을 수 없는 너>를 본 순간, 오래전에 읽었던 김윤희의 <잃어버린 너>가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눈물을 참 많이 흘렸던 기억이 있는데, 뭔가 야릇한 향수 같은 것이 느껴졌다. 최진하? 작가의 이름은 낯설었다. 대충 훑어보니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구절들이 눈에 띄었다. 두 권짜리여서 좀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서점을 나오는 내 손에는 <잊을 수 없는 너> 두 권이 쥐어져 있었다.

제목에 끌려 사 온 책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첫 장부터 몇 페이지 넘기면서는 맑고 깨끗한 소녀와 소년의 맑은 사랑을 그린 황순원의 <소나기>가 연상되었다. 남자 주인공 남재희! 여자 주인공 김혜진, 그리고 수연이라는 한 살 어린 이웃집 동생이 나왔다. 어릴 때 눈을 다쳐서 한쪽 눈에 늘 안대를 하고 다니는 수연은, 자신이 놀림을 받을 때 짓궂은 남자애들을 혼내주고 잔잔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남재희를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남재희, 그는 오로지 혜진만을 바라보고 있다. 놀러갔다가 납치되었을 때 혜진이 던진 칼에 맞아 불량배였던 두목이 죽자, 재희는 그녀를 대신해 자신이 살인누명을 뒤집어쓰고 7년 간 감옥살이를 한다. 그가 나왔을 때 이미 혜진은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태수와 결혼한 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희는 혜진을 못 잊어 방황한다. 그런 와중에 혜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망막이 파괴되자 자신의 두 눈을 그녀에게 준다. 그녀가 생모를 만난 충격으로 심장쇼크를 일으켜 생명이 위독해지자 재희는 자신의 심장까지 그녀에게 이식시킨다. 자신의 목숨보다 아끼는 그의 사랑,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 소설이기에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평생에 거쳐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신의 은총처럼 가능할 것도 같은 이야기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울컥하는 몇 번의 가슴 저림이 있었다. 김윤희의 <잃어버린 너>처럼 펑펑 울리지는 못했지만 도시에 갇힌 듯한 삭막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책이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