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평★

대지의 아이들 2부-에일라, 말을 타다

현대문화 2005. 12. 8. 14:47
[책장을 펼치며] 선사시대 그린 상상의 힘 평범한 여인의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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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대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고고 인류학자는 물론 보통 사람들도 한번 쯤 가져봤을만한 의문입니다. 고고 인류학자들은 유물이나 유적 등 고증 자료에 근거를 두고 선사시대를 말합니다. 역사를 가정법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지금까지 발굴된 고고학적 자료도 태부족하니 더욱 답답해집니다. 선사시대 중간 중간에 생긴 공백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지요.

이 선사시대의 공백은 고고 인류학자에게는 큰 숙제입니다. 획기적인 고고학 자료가 발굴되기까지는 해석 금지 구역으로 남겨두고 있지요. 반면 소설가들은 현란한 상상력으로 그 무색 공간을 채워 넣습니다. 이른 바 ‘선사(先史)소설’로 말입니다.

선사 소설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로는 캐슬린 오닐 기어, 마이클 기어, 린다레이 슐러, 스티브 벡스터 그리고 진 M.아우얼을 들수 있습니다. 이들 중 고고학적 고증력과 상상력의 크기에서 단연 선두에 서 있는 작가가 프런트 책면의 ‘북카페’에서 다룬 진 M.아우얼 입니다.

진 M.아우얼의 6부작 대하 선사소설 ‘대지의 아이들’은 1부만 10여년전 국내에 번역돼 소개됐고 이번에 현대문화센터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냈습니다. 2부 ‘말의 계곡(The Valley of Horses)’, 3부 ‘맘모스 사냥꾼(The Mammoth Hunters)’은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판이 출간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대단한 반응을 보여왔죠. 60여개국에서 29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무려 4천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아우얼이 조앤 롤링보다 한 수 위의 신데렐라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기 우유 값도 충분하지 않았던 이혼녀 조앤 롤링이 생활고를 덜기 위해 쓴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연작으로 세계적 갑부가 된 성공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우얼 역시 이에 못지않는 도전과 패기로 인생을 역전시킨 여인입니다.

올해 67세인 아우얼은 18세에 결혼, 다섯 자녀의 엄마였던 28세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자연과학 수학 경영학을 공부했고 1980년 첫 소설인 ‘대지의 아이들’을 내놓기 전에는 전자회로 디자이너, 기술서적 저술가 등의 직업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그런 아우얼을 변화시킨 건 남다른 그의 상상력이었습니다. 한쪽 팔을 외과적 수술로 잘린 반신불수 구석기 시대 미라에 대한 기사는 그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습니다. 그후 그는 고고학 발굴 현장 탐사, 관련 서적 탐독, 원시시대 체험 등 방대한 자료와 고증을 통해 마침내 역작을 써내기 시작했습니다. 인간 상상력의 끝은 어딜까요. 그 상상력의 힘이 한국 작가에게서도 발휘되길 기대하며 ‘대지의 아이들’ 첫 장을 펼쳐 봅니다. / 서동오기자

 [2003-07-28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