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화도서/┗ 브론테 자매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

현대문화 2007. 10. 22. 10:36

     아그네스 그레이

Agnes Grey

 

 

                                    ▪분  야 : 영미 소설

                                    ▪저  자 : 앤 브론테

                                    ▪옮긴이 : 문희경

                                    ▪정  가 : 10,000원

                                    ▪출 판 일 : 2007년 10월 20일

 

‘문체와 등장인물과 주제 면에서 완벽하게 쓰인 영문학 유일의 소설’이자

‘모슬린 드레스처럼 수수하고 아름다운 소설’


조지 무어(George Moore)


시대를 초월한 모든 남녀들의 영원한 숙제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

 

<아그네스 그레이>는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위선적인 인간군상을 명쾌하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냄으로써 빅토리아시대의 여성과 계층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작품 전체에서 문학적 암시나 상징 없이 사실적 기술로 일관하고 있어,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에 비해 문학적으로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가정교사의 삶을 직선적이고 정직하게 묘사하며 당시 사회상을 잘 반영한 역사적 기록으로서 평론가와 독자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신뢰를 받았다.

한편 <아그네스 그레이>는 <제인 에어>나 <베니티 페어>와 함께 19세기의 가정교사 소설로 분류되기도 한다. 앤 브론테는 자신의 가정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상류층과 하층민 사이에 낀 중류층 여성의 삶을 과장되지 않은 필체로 담담하게 엮어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아 자존심이 강하지만 하녀와 다를 바 없는 처우를 받아야 했던 가정교사의 고뇌가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그네스 그레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독립적인 여성상을 그린다는 점이다. 아그네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열여덟 살의 나이에 가정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기울어가는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독립적인 한 개인으로서 성장하려는 의지가 더 컸음이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주변세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과 독립적 주체로 살아가고자 발버둥치는 아그네스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책 속으로

 

 

“그럼 네 사람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드니?”

그녀는 반짝이는 고수머리를 흔들면서 신이 나서 비웃으며 말했다.

“넷 다 정말 싫어요.”

“넷 다 좋다는 말로 들리는데, 누가 가장 좋으니?”

“아니, 정말 다 싫다니까요. 그나마 해리 멜덤이 개중 제일 잘생기고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핫필드 씨는 가장 똑똑하고, 토머스 씨는 가장 행실이 고약한 사람이고, 그린 씨는 가장 멍청한 사람이에요. 그중에서 꼭 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면, 글쎄요, 토머스 애슈비 경이겠죠?”

“그 사람이 정말 행실이 고약하고 그렇게 싫다면 그 사람은 안 되지 않아?”

“흠, 행실 따윈 중요하지 않아요. 차라리 못된 게 나아요.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문제도, 사실 내가 꼭 결혼해야 한다면 애슈비 파크의 애슈비 부인이 되는 데 반대하지 않겠어요. 내가 언제까지나 젊다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어요. 노처녀라는 소릴 듣기 전까지는 인생을 즐기면서 세상을 모두 경험하겠어요. 그러다 노처녀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수만 명의 유혹을 받은 후에 모든 이의 가슴을 찢어놓고 한 남자를 구제할 거예요. 집안 좋고 돈 많고 충실하면서 쉰 명쯤 되는 여자들이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그런 남자와 결혼해야죠.”

“글쎄다. 그런 생각이라면 반드시 혼자 살아야지, 결혼하면 안 된다. 혹여 노처녀라는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라도 결혼하면 안 되지.”

 

 

앤 브론테(Bronte, Anne, 1820~1849.)


필명이 액턴 벨(Acton Bell)인 앤 브론테는 1820년 1월 17일,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론테의 딸로 출생했다. 위로는 언니 마리아, 엘리자베스, 샬럿, 에밀리와 오빠 브랜월이 있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고, 손위 이모가 집안일을 돌봐준다. 다섯 살 때 마리아와 엘리자베스 두 언니가 사망한다. 1834년, 언니 에밀리와 함께 첫 번째 자전적인 글을 완성하는데 이 글에서 처음으로 곤달이 등장한다. 1835년, 샬럿이 하워스를 떠나 로헤드 학교 교사가 되고, 에밀리는 학생으로 같은 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에밀리는 향수병으로 곧 집에 돌아오고, 대신 앤이 로헤드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에밀리와 함께 두 번째 자전적인 글 완성하지만 심각한 병으로 2년 후 로헤드 학교를 떠난다. 1839년, 19세의 나이에 머필드의 블레이크 홀로 이주하여 잉햄 집안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해 12월 가정교사 일을 그만두고 하워스로 돌아와 곧바로 요크 근교의 토프 그린 홀에서 다시 가정교사 일을 시작한다. 1844년, 브론테 자매는 고향 하워스에 학교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하워스에서 가족이 재결합한다. 1846년, 샬럿, 에밀리와 함께 쓴《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Poems by Currer, Ellis, and Acton Bell)》에 21편의 시를 발표, 1847년 10월에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출간되고, 이어 12월에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함께 출간된다. 1848년 앤 브론테는<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을 출간했다. 그해 9월에 브랜월, 12월에 에밀리가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그 다음해인 1849년, 앤 브론테도 29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옮긴이 문희경


서강 대학교에서 사학,

가톨릭 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딱 한 시간만 미쳐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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