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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아이들-사냥하는 에일라

현대문화 2005. 12. 8. 15:10
 

『대지의 아이들 - 사냥하는 에일라』

                                                                                                         By 진 아우얼


                   현대 여성, 석기 시대 여인에게 반하다

                     (석기 시대의 용감하고 씩씩한 여인 에일라)



  진 아우얼(Jean M. Auel)의 대하 소설 『대지의 아이들 - 사냥하는 에일라(1부)』는 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강인한 의지를 지닌 여자 사냥꾼 ‘에일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에일라는 지진으로 가족과 자기 씨족 구성원들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된 계집아이다. 하지만 에일라는 강인한 생존 본능과 불굴의 의지로써 혼자 남은 두려움과 외로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맹수들의 공격에도 끈질기게 살아 남아 한 무리의 동굴곰족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그리고 브룬에 이어 동굴곰족의 새 우두머리가 된 브라우드에게 추방당할 때까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성장한다.


  에일라는 석기 시대에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보다 좀 더 진화한 인류인 크로마뇽인이다. 그리고 다섯 살의 고아 계집 에일라를 키워준 동굴곰족은 그 크로마뇽인에 의해 멸절한 네안데르탈인이다. 사실 이쯤 되면 석기 시대,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해서 읽는 이들은 머리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까마득히 잊혀졌던 학창시절의 역사 교과서를 책장에서 다시 꺼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 아우얼은 독자들의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다. 선사 시대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작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그 시대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선사 시대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무지, 내지는 막연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소설 곳곳에 묻어난 그네들의 삶을 통해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고대 인류에 대해 몽매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자연 환경을 비롯해 석기 시대인들의 생김새와 의식주, 그리고 사고 방식과 언어, 씨족간의 서열과 규율, 전통 의식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너무도 자연스레 그 시대와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석기 시대인들은 생존을 위해 식물 채집과 사냥을 하고, 그리고 그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창이라든지 돌팔매 줄 등의 무기를 만들었으며, 또한 일상의 편의를 위해 기구와 도구를 만들고, 동물의 뼈와 내장, 그리고 가죽을 이용해 생필품을 만드는 지혜를 가졌었다. 이처럼 그들은 머리와 주변 환경을 이용해 삶을 영위하고, 대지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이 지닌 흡입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에일라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작품 속에 펼쳐진 남성 중심의 씨족 사회에서 여성인 에일라가 비록 돌팔매 줄만 이용했을지라도 남성의 전유물인 무기를 만지며 그들의 고유 영역인 사냥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진 아우얼이 우리를 석기 시대로 이끈 감탄에 비견할 바가 못 되는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끝으로 난 이 소설을 읽은 후, 오랜만에 나 자신을 덤덤히 바라보게 됐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바보처럼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쓸데없이 허우적대며 지내왔는지를 깊이 반성하며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어리석은 삶은 없을 것이다. 에일라를 보며 나는 여성이 처음부터 약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단지 물리적으로 좀 더 강한 남성에 의해 그렇게 믿어져 왔던 것일 뿐, 여성은 결코 연약하다거나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에일라가 보여준 전통과 관습에 길들여지지 않는 도전 정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본능을 넘어선 삶에의 집착, 그리고 스스로들 강하다고 자부하는 남성들에게 맞선 두둑한 배짱은 그런 에일라를 선조로 둔 지금의 우리 여성들에게 많은 용기를 준다.

  진 아우얼의 대하 소설 『사냥하는 에일라』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을 위한, 여성이 먼저 읽어야 할 소설이다. 때문에 자신이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현대 여성은 석기 시대의 용감하고 씩씩한 여인 ‘에일라’를 만나볼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