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외수 그 누군들 자살을 꿈꾸지 않았으랴. 삶은 외롭고 고달픈 것이니 그대는 지금 그 서러운 길 위에서 절망하고 있다. 절망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희망이 없는 것이니 그대여 우리의 인생사 서러워라 차가운 세상사 무한히 서러워라. 그대여, 나는 지금 자살을 꿈꾸는 .. 애송시★ 2005.11.12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 최승호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버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과 같은 습관이 몽유병과 같은 나를 습관 또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애송시★ 2005.11.12
자 유 자 유 이외수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의에 의한 삶을 살아갈 수가 없었다. 나는 언제나 외톨이었다. 사람들은 어느새 돈이나 기계나 제도 따위와 한패가 되어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간들을 경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반 고호. 나도 한쪽 .. 애송시★ 2005.11.12
이슬 곁에서 이슬 곁에서 최승호 저 쬐그만 것들 안간힘을 쓰며 찌뿌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애송시★ 2005.11.12
이 사 이 사 원동우 아이의 장난감을 꾸리면서 아내가 운다 반지하의 네 평 방을 모두 치우고 문턱에 새겨진 아이의 키 눈금을 만질 때 풀썩 습기 찬 전정벽지가 떨어졌다 아직 떼지 않은 아이의 그림 속에 우주복을 입은 아내와 나 잠잘 때는 무중력이 되었으면 아버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이쪽 벽에서.. 애송시★ 2005.11.12
이별 노래 이별노래 정 호 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 애송시★ 2005.11.12
이방인 이방인 보들레르 너는 누구를 사랑하느냐? 말하라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아버지냐 어머니냐 누이냐? 아니면 동생이냐?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동생도 없소 친구들은? 친구라니, 난 그말의 뜻도 아직 모르고 있는 걸 조국은? 난 조국이 어느 위도 상에 있는지도 몰라 미인은? 미인이야 기꺼이 .. 애송시★ 2005.11.12
이 순간 이 순간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 애송시★ 2005.11.12
우리 서로 다른 것을 우린 서로 다른 것을 우영창 당신은 흐린 하늘을 나는 빛나는 태양을 사랑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어떤 것을 사랑했었다 당신은 커피를 나는 유자차를 당신은 늙은 배우를 나는 어린 창녀를 당신은 겨울 바다를 나는 여름 산을 당신은 슬픈 눈동자를 나는 터뜨리는 웃음 소리를 당신은 저것을 나는 .. 애송시★ 2005.11.12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 애송시★ 2005.11.12